2013다208661 판결(대법원 2014. 6. 24 선고)

보험 판결문

대 법 원

제 2 부

판 결

사건 : 2013다208661 보험금

원고, 피상고인 A

피고, 상고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원심판결 : 전주지방법원 2013.6.21 선고 2013나990 판결

판결선고 : 2014. 6. 12.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 이유를 판단한다.

1. 보험계약의 주요한 부분인 보험사고나 보험금액의 확정절차는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보험증권이나 약관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과정, 동일한 종류의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회사의 실무처리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다55786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다1962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보험금을 청구하는 피보험자 등에게 있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7579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아울러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05, 12, 30, 피고와 사이에 허혈성심질환 진단비A, 허혈성심질환 입원 일당B 등을 담보로 하는 무배당 컨버전스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의 허혈성심질환 진단비A 특별약관(이하 ‘이 사건 특별약관’이라 한다)은 허혈성심질환의 정의 및 진단확정 등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다.

(1) 이 사건 특별약관 제1조는 “피고는 보험가입증서(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가 보험가입증서(보험증권)에 기재된 이 특별약관의 보험기간 중 최초의 허혈성심질환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에는 이 약관에 따라 보상하여 드립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특별약관 제2조는 ‘허혈성심질환의 정의 및 진단 확정’이라는 제목 아래 ① 제1항에서 “허혈성심질환은 제4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협심증, 급성심근경색증, 속발성심근경색증, 급성심근경색증에 의한 특정 현재 합병증, 기타 급성 허혈성심장질환, 만성 허혈성심장질환으로 분류되는 질병을 말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②제2항은 “허혈성심질환의 진단 확정은 의료법 제3조에서 정한 국내의 병원 또는 이와 동등하다고 피고가 인정하는 국외의 의료기관의 의사치과의사 제외) 자격증을 가진자에 의하여 내려져야 하며, 이 진단은 병력과 함께 심전도, 심장초음파, 관상동맥촬영술, 혈액 중 심장효소 검사 등을 기초로 하여야 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 이 사건 특별약관 제3조는 “피고는 피보험자가 최초의 허혈성심질환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에 이 특별약관에 따라 허혈성심질환 진단비로 특약 보험가입금액의 100%를 1회에 한하여 지급하여 드립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11. 9. 6.경 약 5일 전부터 심해진 흉통을 호소하면서 전주시 완산구 B에 있는 병원에 내원하여 2011. 9. 10.까지 입원치료를 받으며 심전도, 흉부 X선 촬영, 심장초음파, 심근효소 검사, 관상동맥조영술 등을 시행 받았는데, 심전도, 흉부 X선 촬영, 심장초음파, 심근효소 검사에서는 특이한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고, 관상동맥조영술에서 원위부 좌전하행지, 중위부 좌회선지 및 근위부 우관상동맥에 각 20% 정도의 협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 C병원 의사 D는 2011. 9. 10. 원고의 병명을 ‘상세불명의 협심증, 순수 고콜레스테롤혈증, 상세불명의 죽상경화증’으로 진단(이하 ‘이 사건 진단’이라 한다)하면서, “상기 진단명 아래 본원 순환기 내과에서 2011. 9. 6. ~ 9. 10. 입원치료 하였고, 2011. 9. 7. 관상동맥조영술 시행하였으며, 검사 결과 관상동맥의 유의한 협착 소견 보이지는 않아 스텐트 삽입술 시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추후 지속적인 약물 치료 및 경과 관찰 필요하리라 사료됩니다”라는 내용의 의견을 기재한 진단서를 발급하였다.


라. 그 후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진단을 기초로 하여 이 사건 특별약관에서 정한 허혈성심질환 진단비 등을 청구하였고, 이에 피고는 ① 순천향대학교병원 의사 F로부터 “협심증은 관상동맥조영술에서 50% 이상의 협착소견이 있을 때 의미 있는 병변으로 진단하는데, 원고의 경우 흉통이 있다고 하나 검사 소견에서 뚜렷한 이상 소견이 없어 협심증으로 확진할 수는 없으며, 흉통은 비특이적 흉통으로 사료되고, 협심증 이외 흉통이 생길 수 있는 질환들에 대한 검사도 필요함”이라는 소견의 의료자문과 ②부산대학교병원 의사 G로부터 “원고는 흉통을 주소로 병원을 방문하여 관상동맥조영술에서 의미 없는 20% 정도의 협착이 있고, 이는 정상인에서도 종종 있는 것입니다. 상세불명 협심증을 진단하려면 관상동맥조영술에서 최소한 50~70% 이상의 의미 있는 협착이 있어야 하나, 원고는 협착이 없으므로 진단은 상세불명의 흉통입니다”라는 소견의 의료자문을 받은 다음, 위 각 의료자문 결과 등을 바탕으로 원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마. 한편 제1심이 실시한 전북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진료기록 감정의사는 ① 병원에서 시행한 관상동맥조영술 당시 원고는 관상동맥의 주요 세 가지 분지인 좌전하행지, 좌회선지 및 우관상동맥에 경미한 단순 병변이 있지만 혈류 장애 및 임상적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동맥경화반만 있는 상황이었고, ② 협심증을 의미 있는 협심증과 의미 없는 협심증으로 나누는 기준은 허혈성심장병을 시사하는 저명한 흉통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심해지는 증상이 있는지 여부 및 혈류장애를 유발하는 협착(통상적으로 50% 이상의 협착)이 있는지 여부이며, ③ 원고는 현재 협심증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든 상황으로 최종 진단이 필요했다면 당시에 운동부하 검사, 심장관류 스캔 및 변이형 협심증 유발 검사 등의 추가 검사가 필요하였을 것으로 사료되고, ④ 종합하면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인자가 있으나 관상동맥조영술상 저명한 협착증이 없었던 환자로 지속적으로 흉통을 호소한다면 확진을 위해 추가검사가 필요하였던 환자라는 등의 견해를 제시하였다.


3. 그런데 원심은, (1) 위와 같은 전북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를 인정하면서도, ① C병원의 의사 D는 원고에 대하여 심전도, 흉부 X선 촬영, 심장초음파, 심근효소 검사, 관상동맥조영술 등의 충분한 검사를 한 후 원고의 증상을 상세불명의 협심증이라고 진단하였고, ② 이 사건 특별약관에 따르면 허혈성심질환 진단 확정은 ‘의료법 제3조에서 정한 국내의 병원에서 의사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하여 내려져야하며, 이 진단은 병력과 함께 심전도, 심장초음파, 관상동맥촬영술, 혈액 중 심장효소 검사 등을 기초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진단 확정의 의미에 관하여 명백하게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고, 더욱이 사후에 다른 의사들의 진단을 통하여 이미 받은 진단의 내용을 번복하거나 부인할 수 있다는 규정은 전혀 없으며, ③ 원고에 대하여 ‘상세불명의 흉통’의 진단을 내린 의사들은 원고를 직접 보고 진단한 것이 아니라 원고에 대한 C병원의 진료기록을 보고 사후적으로 원고의 증상에 대하여 진단한 것으로, 이를 가지고 병원의 의사 D가 원고에 대하여 내린 ‘상세불명의 협심증’ 진단을 번복할 수는 없고, ④ 피보험자가 이미 받은 확정 진단의 내용을 보험자가 부인할 경우, 피보험자의 입장에서는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절차에서 새로이 진단을 받기 위하여 신체감정을 하는 등의 절차를 강요받게 되는 것인데, 이는 위와 같은 명백하지 못한 약관의 내용으로 인한 불이익을 피보험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2)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C병원의 의사 D가 원고에 대하여 내린 이 사건 진단은 이 사건 특별약관에서 정한 허혈성심질환의 진단 확정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4. 그렇지만 이 사건 특별약관 규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특별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허혈성심질환으로 진단 확정’되어야 하는데, 이는 일정한 국내·국외의 의사 자격증 소지자가 병력과 함께 ‘심전도, 심장초음파, 관상동맥촬영술, 혈액 중 심장효소’ 등의 객관적인 검사 결과를 근거로 일반적인 의료기준에 따라 ‘제4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협심증 등으로 분류되는 허혈성심질환 질병’으로 진단 확정한 경우라야 한다. 의사가 일정한 검사를 거쳐 상세불명의 협심증으로 진단한 경우에, 이는 이 사건 특별약관 규정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 진단의 기초가 된 병력 및 심전도 등의 객관적인 검사 결과가 충분하지 아니하거나 그러한 검사 결과 등에 기초한 진단이 일반적인 의료기준에 기준에 미흡하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들이 나타나 있다면, 그 진단 사실만으로 이 사건 특별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보험자가 주장하는 질환에 관하여 객관적 자료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주관적 문진 등에 의하여 불충분한 진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므로, 진단 확정에 필요한 충분한 검사가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의사의 진단이 충분한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 등에 대한 사후적 검증을 통해 진단의 객관적인 타당성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와 다른 취지에서, 허혈성심질환을 인정한 의사의 선행 진단이 있는 경우에는 사후적인 진단을 통하여 선행 진단 내용을 번복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거나, 진료기록을 기초로 한 진단이라는 사유만으로 선행 진단의 내용을 다툴 수 없다거나,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소에서 새로운 진단 내지 신체감정을 통하여 선행 진단의 객관성을 다툴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진단에 앞서 C병원에서 시행한 관상동맥조영술에서 뚜렷한 협착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고 나머지 검사에서도 특이한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또한 제1심 진료기록 감정의사도 원고에 대한 협심증 진단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추가 검사가 필요하였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순천향대학교병원 의사 F, 부산대학교병원 의사 G 등 다른 의사들의 판단들도 이와 같은 취지이므로,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관상동맥조영술 등의 검사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진단이 객관적인 검사 자료에 근거하여 인정된 진단이라 할 수 없고 또한 과연 상세불명의 협심증으로 진단한 것이 일반적인 의료기준에 부합되는지 문제될 수 있는 사정들이 나타나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진단 후의 원고의 병력과 치료 경과를 살펴보거나 신체감정 또는 재진단 등에 의하여 원고의 심질환 상태에 관한 자료를 보완하는 등의 방법에 의하여, 이 사건 진단의 객관적인 타당성 내지 보험사고 발생 여부를 확인하였어야 한다.


5.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위와 같은 사유만을 들어 이 사건 진단이 이 사건 특별약관에서 정한 허혈성심질환의 진단 확정이라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보험약관의 해석, 보험사고 발생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이상훈

주심 김용덕

대법관 김소영